<택시운전사> 실제 운전사 아들
<극비수사> 실제 최면기법 수사
<아이 캔 스피크> ‘옥분’ ‘이용수’
‘상상은 현실을 뛰어넘을 수 없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우리가 하는 모든 상상은 결국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고,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꼬집는 말입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믿기 힘든 우연의 일치처럼 연출되어 100% 허구처럼 보이는 장면도 알고 보니 실화라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오늘은 우리를 놀라게 했던 실화 영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알린 군인 <택시운전사>
2017년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밝은 포스터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다룬 영화입니다.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광주에 찾아간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화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명품 배우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에 <어벤져스>의 토마스 크레취만까지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었죠.
평범한 소시민의 시선으로 참혹했던 광주의 실태를 전해 강한 울림을 줘 극찬을 받았습니다. 결국 12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성적을 냈습니다.
영화가 개봉한 이후, 영화의 택시운전사로 나온 ‘김만복’의 모티브인 김사복씨의 아들이 등장해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죠.
그런데 이 영화에 관객들 모두 허구일 거라 생각했던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광주를 빠져나오던 택시의 트렁크에서 서울 번호판이 발각되던 장면이었죠.
엄태구가 맡은 박 중사가 검문 중 트렁크 안에 숨겨진 서울 번호판을 발견하자, 피터와 김만섭 모두 얼이 나간 표정을 짓습니다.
둘 모두 군에 끌려갈 운명이었죠. 하지만 둘의 예상과는 달리 박 중사는 트렁크를 그냥 덮어버립니다. 그리고 둘을 무사히 보내주죠.
관객들은 이 장면을 영화적 연출이라고 여겼지만, 사실 이 장면은 위르겐 힌츠페터가 실제로 겪은 일이었습니다.
박 중사는 사실상 광주 민주화 운동이 세계로 퍼진 데에 공헌한 1등 공신이었습니다. 이 장면이 실화라는 게 알려지자, 탄압에 회의를 느끼고 광주의 참상을 알리려 했던 군인이 있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죠.
이 밖에도 만섭이 광주 주유소에서 공짜 기름을 얻은 것도 실화였습니다. 당시 광주 주유소들은 부상자를 실어 나르는 택시를 대상으로 일체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최면수사와 두 번의 납치 <극비수사>
영화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유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유괴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형사와 도사가 힘을 합치는 내용인데, 언뜻 들어보면 B급 코미디 수사극의 내용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실제로 김중산 도사와 공길용 형사가 함께 해결한 사건이죠.
영화 속 공길용 형사는 납치된 아이가 살아있다는 전제하에 극비 수사를 펼치는 내용이죠. 아이의 부모가 막막한 심정으로 점집을 찾아가지만 찾아가는 족족 아이가 죽었다는 소리만 듣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김중산 도사만 공길용 형사가 사건을 맡으면 아이는 산다는 말을 하죠. 그렇게 김중산 도사와 공길용 형사는 만나게 됩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유괴된 아이의 친구에게 최면을 걸어 납치범의 차량번호를 알아내는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놀랍게도 이 장면은 실제 수사 과정에서도 쓰였습니다.
사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최초로 최면기법이 정식 수사에 쓰인 사건이었죠. 영화 속 한 가지 더 재밌는 장면이 나옵니다. 김중산이 범인이 두 명이라고 말하는 장면이죠.
사실 김중산은 영화 전체에 걸쳐 범인은 두 명이라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합니다. 하지만 막상 잡힌 범인은 단독범이었죠.
김중산은 자신의 점괘가 틀렸다고 치부해 버리지만, 이 예언도 사실이었습니다. 납치되었던 은주는 무사히 집에 돌아온 이후 불과 6개월 뒤 다시 한번 납치됩니다.
이 2차 납치도 실화로, 한 인물이 두 번이나 납치되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보도가 될 정도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나는 증언합니다 <아이 캔 스피크>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올해로 77세의 배우 나문희에게 첫 여우주연상을 안겨줬습니다. <아이 캔 스피크>는 2007년 미국에서 있었던 일본국 위안부 사죄 결의안 공개 청문회를 바탕으로 한 실화입니다.
주인공 옥분이 미국 의회에 나가 증언하는 장면은 실제로 청문회가 있었던 리치몬드 의회장에서 촬영되어 화제가 됐었죠.
영화에서 옥분은 ‘증언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I can speak!’라고 당당하게 대답합니다. 옥분이 영어로 증언한 것과 마찬가지로, 옥분의 모티브인 이용수 또한 영어에 능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는 게 매체에 포착되기도 했었죠.
옥분은 온 동네의 사소한 문제점들을 잡아 동사무소에 민원을 넣는 꼬장꼬장한 할머니입니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영어를 잘하는 9급 공무원 박민재에게 영어 과외를 받게 되죠.
위안부라는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웃음과 함께 잘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살아남은 위안부 생존자들의 투쟁과 노력을 과하지 않게 감동적으로 묘사한 나문희는 온갖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쓰는 백전노장의 저력을 보였죠.
실제로 미국에서 공식 증언한 한국인 위안부 이용수, 김군자와 네덜란드인 얀 루프 오헤른였습니다. 세계에 위안부의 진실과 참상을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했죠.
영화에서 옥분이 자신이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최대한 숨긴 것과는 달리, 이용수는 1990년대부터 위안의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증언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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