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워너비, 그 얼굴
연기 포기 선언, 전설이 되다
시대를 앞서 간 그녀의 지금

1980년대 후반, 하늘색 블라우스에 세련된 투피스를 입고 코카콜라를 마시던 CF 속 인물.
그 시절 소녀들의 워너비였던 얼굴, 배우 심혜진이다.

당시 광고 속에서 단정하면서도 도회적인 이미지를 선보인 심혜진은 남성들뿐 아니라 수많은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69cm의 큰 키와 당당한 태도로 “저 여자처럼 되고 싶다”는 감탄을 이끌어낸 심혜진은, ‘차도녀’의 원조라 불릴 만큼 시대를 앞서간 이미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시작은 조용했다.
1989년, 배우 김지미의 제안으로 영화 ‘추억의 이름으로’에 출연했지만 열악한 촬영 환경에 실망해 “두 번 다시 연기는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기도 했다.
그러나 박광수 감독의 설득 끝에 이듬해 ‘그들도 우리처럼’에 출연하게 됐고, 이 작품으로 낭트영화제와 춘사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연기 인생이 시작됐다.

이후 영화계는 말 그대로 심혜진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1992년 ‘결혼 이야기’는 서울에서만 53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고, ‘박봉곤 가출사건’, ‘은행나무 침대’ 등 연이어 히트작을 선보이며 흥행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로 자리 잡았다.

1996년은 심혜진에게 전설적인 해였다.
대종상,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대한민국 3대 영화 시상식에서 각각 다른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유일한 배우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듬해 ‘초록물고기’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2년 연속 수상하며 그 명성을 이어갔다.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로의 도전도 있었다.
1999년 홍콩의 거장 왕가위 감독은 영화 ‘2046’에 심혜진을 캐스팅했다.
영어 공부와 피부 관리 등 준비를 이어갔지만, 제작 특유의 느린 속도 탓에 아쉽게 하차하게 됐다.

그러나 2005년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로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았다.
시크하고 개성 넘치는 뱀파이어 프란체스카 역을 맡아 10~20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킬미힐미’, ‘도봉순’, ‘훈남정음’ 등 다양한 작품에서 꾸준한 연기 활동을 이어갔고, 2021년 드라마 ‘사랑의 꽈배기’를 끝으로 현재까지 연기 활동을 안 하고 있다.

CF 스타, 영화계의 아이콘, 드라마의 주연까지.
심혜진은 언제나 시대를 앞서 ‘여성’이라는 서사를 강렬하게 써 내려온 인물이었다.
커리어우먼에서 주부, 독립적인 여성상, 때로는 퇴폐적 매력까지 아우르며, 무대 안팎에서 다채로운 이미지를 선보였다.

지금은 무대에서 한 발 물러나 있지만, 심혜진의 다음 행보에도 여전히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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