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라 믿던 순간, 시작이 된 만남
죽음을 준비하던 배우, 새 삶을 이끈 아내
다시 선 무대, 하루가 선물처럼

익살맞은 표정과 푸근한 말투로 오랜 시간 대중에게 웃음을 안겨준 배우 윤문식.
그러나 윤문식의 삶은 무대 위의 유쾌함만큼 단단하지는 않았다.
무수한 웃음 뒤에는 깊고 긴 굴곡이 자리하고 있었다.

윤문식은 1970년대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후, 드라마 ‘전원일기’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에서 감초 역할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생활감 있는 연기와 특유의 구수한 말투로 사랑받은 윤문식은 언제나 대중 곁을 따뜻하게 지키는 배우로 기억됐다.

그러나 윤문식의 삶에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찾아왔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첫 번째 아내와의 결혼생활은 25년간 이어졌지만, 아내가 세상을 떠나며 큰 상실감을 안겼다.
윤문식은 아내를 먼저 보내고 난 뒤 공허한 시간을 보냈으며, 삶에 대한 의욕마저 잃을 정도로 깊은 방황에 빠졌다.

그런 윤문식 앞에 다시 한 번 인연이 찾아왔다.
현재의 아내는 과거 간호사로 일했던 사람으로, 목포에서 촬영 중이던 윤문식이 심한 기침을 하자 말없이 병원으로 데려갔다.

병원에서 윤문식은 폐암 3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당시 의사는 7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삶을 정리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빠졌던 윤문식은, 술로 버티며 조용히 떠날 준비를 하려 했지만, 아내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병원 진료를 권한 아내의 설득에 따라 윤문식은 다시 진단을 받았고, 두 번째 병원에서는 폐암 1기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상태였다.
알고 보니 윤문식이 과거 앓았던 폐질환의 흔적이 이전 병원에서 암으로 오진됐던 것이다.

만약 처음의 진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수술 시기를 놓쳐 생명을 잃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윤문식은 아내의 설득 덕분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2023년 11월에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윤문식은 “내가 살 수 있었던 건, 지금의 아내 덕분”이라며, “마누라가 종교예요”라는 말로 아내에 대한 깊은 애정을 전했다.

죽음을 앞두고 있던 한 사람은, 다시 무대에 올라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배우로 돌아왔다.
윤문식은 “이제는 하루하루가 선물처럼 느껴진다”며 앞으로의 삶에 감사함을 표했다.
오랜 시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배우.
윤문식이 살아낸 시간만큼, 앞으로의 시간도 따뜻하고 건강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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