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속 배우에서 약초꾼이 되기까지
어머니 곁에서 다시 찾은 삶의 의미
가족 품 그리워하는, 산속의 한 남자

충남의 깊은 산속에서 사냥 삼을 준비하며 손녀를 떠올리는 배우 반문섭.
반문섭은 오늘도 홀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1969년 T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반문섭은 ‘여인천하’, ‘용의 눈물’ 등 다수의 사극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치며 사극계의 대가로 자리 잡았다.
전성기 시절에는 어머니에게 집을 사드릴 만큼 성공을 누렸고, 문화영화에만 한 해 여덟 편 넘게 출연할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후 시작한 사업들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16억 원이 넘는 빚을 떠안게 됐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점차 멀어졌다.
결국 아내와 이혼했고, 자식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삶의 의미를 다시 찾기 위해 반문섭이 택한 곳은 다름 아닌 산속이었다.
충남의 외진 곳, 물도 수도도 없는 컨테이너에서 겨울에는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하며 지내고 있다.

매일같이 약초를 캐고, 홀로 묵묵히 시간을 보낸다.
반문섭이 산에 들어간 이유는 어머니였다.
생전 새벽마다 아들을 위해 기도하던 어머니를 지키고자, 수목장처럼 모신 산자락 옆에 자리를 잡았다.
어머니에게 드렸던 염주를 품에 지닌 채 매일같이 인사드리는 것이 그의 일상이 됐다.

추운 날 계곡물로 씻고, 직접 캔 냉이로 된장국을 끓여 혼자 밥을 먹으며 반문섭은 가족을 떠올린다.
어린 손녀에게 좋은 약초를 먹이고 싶다는 마음에 산삼을 캐고, 병원에 있는 여동생의 건강도 걱정하며 자신이 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현재는 어렵게 캔 약초를 지인을 통해 판매하며 생계를 잇고 있다.
아끼던 재료로 가마솥에 능이버섯과 더덕을 넣어 끓인 약초탕을 손님들과 나눠 먹는 것이 작은 낙이다.
불편하고 외로운 산속 생활이지만, 반문섭에게는 유일하게 미천 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죄인이죠. 그래도 다시 가족을 만나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그 바람처럼, 반문섭은 언젠가 떳떳하게 가족과 밥 한 끼 나눌 날을 기다리고 있다.
반문섭이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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