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연기의 천재 아역
가족 책임진 소녀 가장
사기누명… 작가로 돌아온 최유리

1970년대, 텔레비전 속에서 눈물 한 방울로 전국을 울렸던 아역 배우 최유리는 MBC ‘어린이 합창단’ 1기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학부인’에서 병든 아이 역할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큐’ 소리와 함께 흘러내리는 눈물, 대본을 한 번만 읽어도 외우는 기억력 등으로 ‘천재 아역’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최유리는 ‘여로’에서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호돌이와 토순이’에서는 MC로서의 재능을 선보이며 1970년대를 대표하는 국민 아역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광고 모델로도 활약하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당시 최유리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가장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81년, 최유리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대중의 시선에 지쳐 떠났지만, 이민 생활 역시 녹록지 않았다.
호텔 청소, 영화관 팝콘 장사, 자동차 쇼 모델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갔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큼은 한결 가벼웠다고 회상했다.

이후 1986년, 남겨진 가족을 돕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 최유리는 방송계에 복귀했다.
영어 실력을 살려 해외 리포터로 활약했고, 방송 MC로도 활동하며 다시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나 1991년, 유학원 광고 모델로 활동하던 중 해당 업체의 100억 원대 유학 사기 사건에 연루되며 위기를 맞는다.
실제로는 홍보 모델에 불과했지만, 사기 공범으로 지목되며 사회면에 오르게 됐고, 결국 1992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유리는 법적으로는 무혐의였지만, 대중의 시선은 차가웠다.
방송 출연이 줄줄이 취소됐고, 광고 위약금 부담으로 집까지 처분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아역 스타에서 사기범으로, 자극적인 뉴스만이 남은 채 최유리는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로부터 30년 뒤인 2018년, 최유리는 에세이 ‘나 지금 여기에’를 통해 다시 세상과 마주한다.
자신의 삶과 그 시절의 아픔을 담담히 풀어낸 이 책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고, 2020년에는 시집 ‘어제는 가고 내일은 아직’을 출간하며 작가로서의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현재 최유리는 미국에서 남편과 함께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대를 고스란히 살아낸 배우로서, 최유리는 단순한 아역 스타를 넘어 치열한 인생을 견뎌낸 한 사람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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