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과장 앞두고 선택한 배우
단역 60편 거쳐 ‘오징어 게임’ 장덕수
화려함 뒤 숨겨진 공황과 무대에 대한 갈증

‘오징어 게임1’에서 장덕수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허성태는 한때 부산대학교 인문대학을 졸업하고 LG전자 해외영업부에서 러시아와 동유럽 시장을 누볐다.
“모스크바 시내 호텔의 LG TV는 거의 내가 단 거나 다름없다”는 허성태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 만큼, 성실하고 능력 있는 직장인이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으로 이직해 과장 승진을 앞두고 있던 34세, 허성태는 모두가 말리는 안정된 자리를 내려놓았다.
배우가 되겠다는 이유 하나였다.
SBS ‘기적의 오디션’에 도전하며 생업까지 포기했지만, 결과는 16회 탈락이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10년 연애 끝 결혼한 아내와의 생활마저 위태로웠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허성태는 멈추지 않았다.
60편이 넘는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2016년 ‘밀정’에서 엄태구에게 뺨 맞는 장면, 2017년 ‘범죄도시’의 독사 역으로 조금씩 관객의 눈에 각인됐다.

그리고 2021년, ‘오징어 게임’ 장덕수 역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루아침에 SNS 팔로워가 240만 명까지 치솟고, 휴대전화가 알림으로 꺼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숨 막히는 압박감이 있었다.

모든 시선이 감시자처럼 느껴졌고,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눈빛이 허성태의 몸과 마음을 옥죄었다.
결국 공황장애가 찾아왔고, 촬영을 접은 채 병원과 상담실을 오가며 버텨야 했다.
주변 사람들은 변했다고 수군거렸지만, 허성태는 “나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라며 억울함을 삼켰다.

최근 MBC ‘놀면 뭐하니?’에서 ‘인사모(인기 없는 사람들의 모임)’에 출연해 웃음을 안긴 허성태는 “팬카페 회원 수가 30명이다. 인기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제작진이 다시 확인했을 때 회원 수가 52명으로 늘어난 사실에 환하게 웃었고, “52분이 정말 소중하다”는 말에는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이들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가 묻어 있었다.

‘오징어 게임’ 이후에도 허성태는 ‘인사이더’, ‘아다마스’, ‘굿보이’까지 쉼 없이 달리고 있다.
연기를 향한 갈증은 여전히 허성태를 움직이고 있다.

대기업 과장이 될 수도 있었던 길을 뒤로하고 전 세계가 아는 얼굴이 되었지만, 허성태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 허성태는 오늘도 다음 장면을 준비하고 있다.
허성태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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