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핫플’ 된 상하이 공원
부모끼리 만나서 ‘결혼 협상’
코로나 제한해도 문전성시
최근 30대 직장인 A씨는 고민이 많습니다. 주변에서는 슬슬 결혼해야 하지 않겠냐며 부추기는데 마음에 맞는 상대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선을 몇 번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했죠. 결국 A씨는 큰맘 먹고 대형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하였습니다.
이렇듯 결혼 적령기의 한국인들은 인터넷으로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하는 것이 흔한 일입니다. 한편, 중국인들은 결혼 상대를 구하기 위해 결혼정보업체가 아니라 공원을 찾는다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 상하이 박물관 근처 인민 공원의 한 귀퉁이로 들어서면 100여 개의 우산과 그 앞에 아주머니들이 앉아있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우산을 파는 상인들 같은데요. 자세히 보면 우산 위에 종이가 붙어있습니다. 근처 나무와 담벼락에도 붙어 있죠.
어떤 사람들은 지나다니면서 우산을 살펴보는데요. 우산에 붙은 종이를 건드리면 대뜸 자식의 성별부터 물어봅니다. 그렇게 “결혼 협상”이 시작됩니다. 이 특이한 협상은 야외 공원에서 맞선을 보는 ‘샹친(相親)’ 문화라고 불리는데요. 상하이 인민 공원에서 주로 볼 수 있어 ‘소개팅 공원’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우산에는 자녀의 ‘이력서’가 적혀 있고, 그 아래에는 배우자의 요구 사항이 적혀 있습니다. 이 ‘이력서’엔 남자의 경우 직업, 차, 부동산 등을 쓰고 여자의 경우 나이, 키, 외모, 특기 등을 적습니다. 물론 출신 지역도 적는데요. 외국인이거나 해외에서 일하고 공부한 자녀의 경우, 따로 마련된 ‘해외 섹션’에 쪽지를 붙여야 합니다.
중국 ‘샹친’ 문화의 특이한 점은 바로 자녀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 대만 방송에서 석사 학위를 보유했고 미인의 조건을 갖춘 30대 여자 궈잉광이 직접 자신의 이력서를 써서 공원을 방문했지만 부모들은 관심을 주지 않았죠. 어떤 부모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돌아가라고 충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소개팅 풍습은 중국 부모가 여전히 자녀의 결혼에 깊이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16년 방송된 프로그램 ‘차이니스 소개팅’의 진행 방식은 외신에 보도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죠. 남녀가 직접 만나는 방식이 아닌 여자 게스트가 남자 게스트의 부모님을 만나 심사를 받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해외 네티즌들은 ‘자이언트 베이비들’이라며 이를 조롱했지만 몇몇 중국인들은 반박했는데요. 중국에서는 자녀의 결혼 비용을 부모가 부담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부모는 손자 손녀까지 포함하여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권한이 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상하이 인민 공원에서 10년째 지속되고 있는 이 풍습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외출 제한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는데요. 그만큼 중국의 결혼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중국의 출생률은 인구 천 명당 8.52명으로 2003년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죠.
반면 현재 중국의 1인 가구는 올해로 2억 명을 넘어서며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특히 결혼을 거부하는 젊은 남녀 외에도 이혼한 중년층이 늘어났다는 분석입니다. 중국의 인구는 2029년 정점을 찍고, 2100년엔 지금의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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