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 박정자 배우,
지인 150명에게
부고장 전했다…

배우 박정자가 지인 150여 명에게 ‘부고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오는 25일, 강원 강릉 순포해변에서 자신의 장례를 열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긴 이 특별한 초대장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례는 아직 오지 않은 죽음을 앞두고 미리 여는 ‘축제’였는데요.
올해 83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자 연극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박정자는 지난 12일 문화일보 기자에게 “장례는 누구에게나 오지만, 조금은 다르게 맞이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장례식’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술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의 마지막 촬영이자, 자신의 삶과 연기를 되돌아보는 자리라고 합니다.
이 영화는 배우 유준상이 제작·감독을 맡아 그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전하는데요.

유준상은 “20대에 아버지를 여의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늘 품고 살았어요. 언젠가 웃으며 보내달라는 노래를 만들었고, 그 뮤직비디오를 구상하다 영화로 확장하게 됐죠”라며 영화가 제작된 경위를 밝혔습니다.
이어서 “박정자 선생님이 떠올라 제안을 드렸는데, 오히려 먼저 그런 작품을 꿈꾸고 계셨다고 하더군요.”라며 반가운 만남의 이유도 전했는데요.
두 사람은 작은 제작비 속에서도 삶과 죽음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기 위해 촬영을 이어왔고, 장례 장면은 그 대미를 장식하는 하이라이트라고 합니다.
하얀 한지로 만든 미니어처 상여를 박정자가 직접 들고 걷고, 그 뒤를 지인들이 함께 따르는 장면은 전통 장례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축제처럼 표현하고자 한 의도가 엿보이는데요.

박정자는 이번 장례 축제에 문화예술계의 오랜 동료들과 후배들인 강부자, 손숙, 장사익, 정지영, 김동호, 송승환 등 연극·영화·공연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을 초대했다고 합니다.
박정자는 “초대장 만들고 숙소 마련하고, 하나하나 준비하는 게 쉽진 않지만 즐거워요. 제 공연을 봐주고 응원해준 분들인데, 이번엔 제가 그분들을 위해 장면 하나를 준비하는 셈이죠.”라고 소감을 전했는데요.
그는 참석자 전원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강릉의 전통 가옥 ‘선교장’ 등에 묵으며 늦봄의 정취도 함께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빈손으로 편한 복장에, 환한 웃음만 챙겨오셔서 저의 마지막 장면을 함께 웃으며 맞아주세요.”라며 부의금도, 검은 정장도 필요 없다는 당부를 덧붙여 따듯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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