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회동
반도체 설계 업체 ARM 인수 관련
ARM 소수지분 취득 통해 영향력 확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 인수전에 삼성전자가 나선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을 만나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손정의 회장은 1990년대 말에도 ARM 인수를 공동 추진하면서 만난 바 있는데, 이후 매년 만남을 갖거나 전화 통화를 하면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재계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방문 계획을 잡았으며, 두 사람은 다음 달에 만나 ARM 관련 전략적 동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영국에 본사가 있는 ARM이라는 회사는 반도체 아키텍처 설계 업체로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ARM의 사업모델은 오픈형 라이선스이기 때문에 각 기업은 라이선스를 구입한 뒤 커스터마이징해서 자사에 적합한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는데, 삼성전자, 인텔, 구글, 엔비디아 등에서도 ARM에 라이선스 사용료를 내왔다.
2016년에는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하면서 현재 주요 주주로 소프트뱅크가 지분의 75%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25%를 차지 중이다. 다만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의 투자 실패로 지난해 ARM 매각을 시도했고 미국 엔비디아가 나섰지만 승인을 얻지 못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지난 21일 이재용 부회장은 ARM 인수와 관련한 질문에 “다음 달 손 회장이 서울에 온다.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손정의 회장 역시 이재용 부회장과의 만남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했는데, 소프트뱅크 대변인은 “손 회장이 서울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 삼성과 전략적 동맹에 관해 대화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손 회장은 2019년 이후 3년 만에 한국을 찾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는 것에 대해 “이번 여행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언급했던 ‘전략적 제휴’의 수준은 삼성전자가 ARM 지분을 일부 취득하는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소프트뱅크가 75%, 소프트뱅크의 주인인 비전펀드가 25%를 갖고 있는 ARM의 지분을 경영권을 크게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삼성에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넘기는 것이다.
단 삼성전자 측에서 ARM 지분을 과하게 많이 얻는 것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경우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고객을 얻을 때 고객사 측에서 설계자산 노출 우려로 다른 기업에 생산을 맡길 수 있어 삼성전자가 ARM 지분을 어느 정도 취할지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ARM의 몸값은 지난해 엔비디아에서 인수하기로 예정했던 금액인 56조 원을 훨씬 초과해 현재 8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거나 공동 인수 등의 방법 중에서 가장 적절한 방안을 잠정적으로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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