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민의 Since 2009]
(*가독의 편의를 위해 존칭을 생략했습니다.)
연예부 기자로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을 꼽는다면, 단연코 ‘실제로 보면 누가 제일 예뻐?’가 아닐까.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도 않은 이 식상한 질문을 하는 이들에게 내가 하는 답변 중 하나가 이거다.
현아는 정말 특이해
신입기자 시절에는 담당하는 분야가 종종 바뀌기도 하는데, 2009년부터 방송 담당을 하던 내가 가요 담당으로 바뀌었던 것은 2011년이다.
당시 그룹 포미닛이 ‘거울아 거울아’라는 곡을 선보일 때였다. 늘 배우 인터뷰만 했던 상황에서 처음으로 아이돌 그룹의 인터뷰를 하게 된 그 순간의 기억은 정말로 선명하다.
(떠오른다 떠올라)
당시 몸 담고 있던 상암동 CJ E&M 건물에 포미닛이 왔는데, 정말로 또래의 아이들과 하나도 다를바 없는 모습이었다. 아우라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 보여주던 그 강렬한 인상과는 전혀 다른 몹시 선량한(!) 모습이었던 것.
그중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현아다.
5명의 멤버들을 카페 테이블에서 마주하고 앉아, 인터뷰를 하는 내내, 나의 머릿 속은 새.하.얗.게 변했다. 기자라서 애써 침착한 척은 해야하는데, ‘이 인터뷰를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요동치기만 했다.
1대1로 하는 인터뷰와, 1대多로 하는 인터뷰는 아예 다르다. 배우와의 인터뷰가 전자라면, 아이돌 그룹과의 인터뷰는 후자다.
사실 그 당시 ‘거울아 거울아’가 안무 선정성 논란에 휘말려서, 선배가 인터뷰에서 그것을 꼭 물으라 했는데, 도저히 이 어린 친구들을 두고 그런 불순한(!) 이야기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기서 그 말을 하라고?)
그래서 결국 포미닛 멤버들이 평소 뭘하고 지내며, 어떤 걸 좋아하며, 요즘 기분이 어떤지, 정말 이런 일상의 질문들을 주고 받는데 그치고 말았다.
(이번 인터뷰 어쩐다지…_)
그날 나를 더 얼어붙게 했던 것은, 현아다. 음료가 아닌 컵 형태의 아이스크림 시켜서 그것을 스푼으로 떠서 먹었는데, 정말 맛있게, 파이팅 넘치게 먹어서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본 현아가 한마디했다.
하나 더 먹어도 돼요? 그 눈빛을 마주하게되자, 나는 내가 지금 프로인척 하지만, 엄청난 아마추어이고 또 지금 하는 인터뷰가 완전 망했다고 머릿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모두 들통난 기분이 들었다.
1대多 인터뷰가 처음이라, 긴장과 버벅의 늪에 빠진 인터뷰어와 여러 인터뷰에 익숙한 베테랑 인터뷰이.
당황 vs 여유로 엇갈린 양측의 상황은, 이 아이스크림의 주문으로 입증됐다. 응, 당연하지! 시간차도 없이 쿨하게 답했지만, 이미 모든 게 끝나버린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현아는 2번째 아이스크림까지 모두 깨끗하게 비웠고, 동시에 내 인터뷰와 머릿 속도 비워졌다.
(그 상태로 인터뷰 기사를 도저히 쓸 수 없어, 타 매체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해 그 인터뷰를 진행하는 자리에 합석해 내 첫 아이돌 인터뷰 기사를 마무리했다.)
* tmi. 그 선배가 현 뉴스에이드 편집장
(맡은 바 임무를 다해야 한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뒤, 현아는 솔로곡 ‘아이스크림’을 냈다. 덕분에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때의 첫 인터뷰가 떠오른다.
MNET: 독보적 패왕색 현아 ′아이스크림′ 그날의 인터뷰가 있고, 또 다른 인터뷰 혹은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마주할 때마다 현아가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던(덤으로 자주 놀려댔지만) 기억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늘 솔직하고 당당했던 현아는 여전히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끝으로… 현아의 요즘을 잘 설명해주는 사진 1장 (소속사 피네이션 대표=싸이, 연인=이던)
현아의 그 모든 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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