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괴산의 작은 농촌 마을에 눈길을 끄는 부부가 있습니다. 언뜻 봐도 20대 초반처럼 보이는 젊은 부부가 그 주인공이죠. 베테랑 농사꾼도 힘들게 영구는 밭일과 축사 일을 척척해내는 이 젊은 부부가 특이하긴 했는지 KBS 인간극장도 그들의 이야기를 다뤘었죠.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하다가 젊은 나이에 ‘농부’가 된 걸까요?
오늘의 주인공 부부 신승재 씨와 천혜린 씨는 둘 다 98년 생으로 올해로 24살이 된 동갑내기 부부입니다. 승재 씨는 소를 키워온 부모님의 뒤를 잇고자 농수산대학교 축산학과에 입학했었죠. 그리고 학교에서 식량작물학과를 전공하던 혜린 씨와 캠퍼스 커플이었는데요.
특이하게도 승재 씨가 혜린 씨를 처음 보게 된 곳은 다름 아닌 학교 체육대회 씨름 경기였습니다. 승재 씨는 여린 몸으로 큰 체구의 상대를 메다 꽂는 혜린 씨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했죠. 함께 소 키울 여자가 이상형이었기에 혜린 씨를 보자마자 ‘이 여자다’라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혜린 씨의 모습만 보고 학과와 이름도 몰랐던 승재 씨는 대학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습니다. ‘씨름 대회 여자 우승자를 찾습니다’라고 말이죠. 그렇게 승재 씨는 혜린 씨와 어렵게 인연이 닿았는데요. 놀랍게도 둘은 생년월일까지 똑같은 운명의 짝이었습니다. 시골 출신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둘은 말도 잘 통했죠. 이런 혜린 씨를 놓치기 싫었던 승재 씨는 “나랑 소 키울래?”라며 프러포즈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연애 2년 차가 돼갈 무렵 혜린 씨가 임신을 하게 됐습니다. 둘의 사랑이 너무 뜨거워 속도위반을 한 것이었죠. 양가 부모님은 기겁을 했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그들의 혼인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결국 둘은 계획보다 조금 이르게 혼인 신고를 하게 됐는데요. 이후 승재 씨네 축사 옆 건물에서 신혼살림을 차렸고, 2020년 겨울에 사랑스러운 아들을 낳게 됐습니다.
세 식구의 가장이 된 승재 씨는 80여 마리의 한우를 보살피는 축사의 주인이 됐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소밥을 챙기고 ‘가축 인공 수정사’가 되어 마을 축사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죠. 아내 혜린 씨는 어떨까요? 그녀 역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육아를 하면 지칠 법도 한데 자진해서 감자 농사를 하겠다고 나섰죠.
이 감자 농사 덕에 커뮤니티를 달궜던 전설의 장면이 나왔는데요. 그 장면엔 승재 씨가 혜린 씨에게 감자밭에 뿌릴 비료 세 포대를 들 수 있냐 없냐 옥신각신하던 상황이 담겨있었죠. 승재 씨는 혜린 씨에게 “당신이 비료 세 포대 다 들면 내가 일주일 동안 비료 다 뿌릴게”라고 약 올렸고, 비록 작은 체구지만 농사 잔뼈가 굵었던 혜린 씨는 비료를 다 들고 승재 씨를 당황시켰습니다.
이처럼 힘든 농사일에서도 부부가 알콩달콩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건 학교에서 배운 농업지식, 일찍이 농업을 시작한 부모님에게서 배운 슬기로움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은 한적한 시골에서도 배울 것이 너무 많아 매일이 새롭다고 감회를 밝혔죠. 모내기 철에는 논농사도 척척해내는 부부입니다.
부부는 요새 트렌드에 맞게 ‘농업 꿀팁’을 유튜브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젊은 동갑내기 영농일기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 ‘농번기 육아 브이로그’ 콘텐츠에선 무럭무럭 커가고 있는 부부의 아기도 볼 수 있죠. 비록 농촌엔 클럽도 없고 그 흔한 카페도 없지만 부부는 그보다 산이 좋고 들이 좋다며 부지런히 영농일기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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